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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 후기

제15회 가인법정변론경연대회가 모두 끝이 났다.

 

2달 넘게 대회 참가하면서 느낀 점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았기에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참가였다.

 

이번 기회에 대회 소개와 함께 간단한 후기를 남겨보기로 한다.

 

일정

전체일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접수

2023. 10. 20. ~ 10. 30.

 

2. 예선문제 공개 및 서면제출

2023. 11. 1. ~ 11. 8.

 

3. 예선 결과발표 및 본선 서면 제출

2023. 12. 6. ~ 2023. 12. 20.

 

4. 본선 PPT 제출

2023. 12. 26.

 

5. 본선 및 결선 변론기일

2024. 1. 4.

 

참가신청

같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3명이 한 팀이 되어 참가하게 된다.

휴학생은 참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민사와 형사 분야로 나누어져 있어 한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1학년은 민사, 2학년은 형사를 주로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팀은 1학년임에도 형사 분야에 참가하게 되었다.

팀원들이 다 형사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학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어느 정도 배웠기 때문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판단했다.

상을 못타더라도 참가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되었다.

 

예선

예선은 7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문제에 대한 서면을 제출하면 된다.

형사의 경우 검사측 의견서와 피고인측 변론요지서를 각 10장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문서의 형식은 대회 규정과 이전 대회 우수서면을 참고하여 최대한 비슷하게 작성했다.

 

올해 대회에는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과 동물보호법 관련 쟁점이 출제되었다.

생소한 법률이 나와서 당황하긴 했으나, 사실 그건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형사소송법과 증거법 관련 쟁점이 어려움이 많았고, 다른 2학년 참가자들과 비교해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형소법 쟁점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개인적으로는 예선 기간이 가장 힘들고 동시에 가장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예선기간이 짧기 때문에 주중에 수업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내내 가인 준비만 했다.

입학 이후로 한 가지 일에 이렇게까지 몰입한 적은 처음이라고 느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루종일 서면쓰고 모르는 부분 찾고 팀원들과 토론하고, 밤 늦게 들어가서 자고 일어나서는 다시 대회 준비를 했다.

 

아마 법 공부가 충분히 되어 있는 다른 분들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나는 1학년이기도 하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다.

또 쟁점이나 적용 법조 자체가 수업에서 전혀 배운 적이 없는 부분이라서 더 어렵게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쟁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각측의 주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법조항에 관련된 판례를 정말 수도 없이 찾아보고 교과서를 뒤지면서 정말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그래도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서면을 쓰고 자료를 찾는 실력이 많이 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의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워낙 유명한 대회라 로스쿨 입학하면 꼭 참가해보고 싶었고, 다른 선배들도 추천을 했었는데,

직접 해보고 나니 나 역시 후배나 동기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본선 서면 제출

예선 서면심사를 통해 각 분야별로 16개팀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올해는 형사 분야에 예년보다 적은 34개팀이 참가했는데(민사는 76개팀 참가)

아주 운이 좋게도 우리팀은 16개 팀 안에 들어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예선 통과자 발표와 함께 본선 문제가 공개되고,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본선 문제는 증거인멸죄와 업무상배임죄가 출제되었고, 형사소송법의 증거법 관련 쟁점이 같이 나왔다.

예선과 다르게 형법상 죄가 나왔고, 쟁점 수도 더 적어서 오히려 예선보다 문제가 간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검사측 의견서와 피고인측 변론요지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데, 분량은 각 15장 이내이다.

 

 

예선과 다르게 2주의 시간이 주어지기는 하나, 시기상 대부분의 학교의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예선때처럼 온전히 대회 준비에 전념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험이 일찍 끝나는 학교들에서는 종강 후에 서면을 준비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학교는 시험이 늦은 편이라 서면 제출일이 시험 당일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팀원들과 2~3일 정도만 투자를 해서 서면을 완성시켜 일찍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팀원 3명 다 본선 진출한 것 자체에 만족하고 있어서 서면의 완성도가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적당히 완성시켜 제출하기로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대회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내신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적절히 타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PPT 제출 및 변론 준비

본선 서면 제출이 끝나면 대진표 추첨을 통해 검사와 변호인 중 어느 지위에서 변론할지가 정해진다.

우리팀은 검사측을 맡게 되었다.

 

추가로 주고 5일의 기한 내에 PPT를 작성해서 변론기일에 할 주변론에 대한 PPT 자료를 보내야 한다.

지위가 정해졌으니 검사측 슬라이드만 만들면 된다.

나중에 변론기일에 법정에서 이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워놓고 변론을 할 수 있게끔 세팅을 해주신다.

 

대진표 추첨 이후에 바로 상대편 서면도 송달된다.

상대방 변론요지서를 읽어보고 이를 토대로 변론기일에 할 변론을 준비하면 된다.

 

변론기일을 위해 준비할 것은

1. 주변론(7분 30초)

주변론은 작성한 의견서를 토대로 시간에 맞추어 준비하면 된다.

이번 대회에는 2명이 주변론을 하도록 되어 있어서 기소된 죄별로 파트를 나누어 변론하였다.

 

2. 재변론(5분)

상대편 변론요지서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팀이 작성한 변론요지서와 전체적인 쟁점은 비슷하나, 생각보다 주장이나 근거들이 약간씩 다른 있어서 그런 부분에 유의하여 반박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3. 재판부의 질의응답(5분)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주장의 논리적 허점이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여차하면 근거로 댈 수 있는 조문이나 판례 등을 잘 숙지해두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정리변론(2분)

생각보다 시간이 짧으니 주변론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본선 변론기일 및 결선

본선 및 결선은 서울법원종합청사(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루어졌다.

1층의 대회의실(청심홀)에서 개회식/폐회식 및 대기를 하고, 변론은 지정된 법정에 가서 하게 된다.

오전 9시부터, 오전에는 본선 1조, 2조가 변론하고, 오후에는 결선진출자 4팀만 변론하게 된다.

 

민사와 형사 각각 4팀씩 4개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조에서 1등만 결선을 치루게 된다.

결선에 나가게된 각조 1등팀은 오후에 추가쟁점 및 사실관계를 전달 받고, 1시간의 준비시간을 가진 후 변론을 하게 된다.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시상식까지 대기하게 되는데, 결선팀 변론을 방청할 수도 있고,

판사와의 대화나 재판연구관과의 대화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결선에 참가한 팀들에게는 1등부터 4등까지 각각 가인상,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상등을 받게 되고

각조 2등은 우수상, 각조 3, 4등은 장려상을 받게 된다.

개인상이나 단체상 등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팀은 아쉽게도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면도 충실히 작성했고 변론 자체도 깔끔하게 잘 한 것 같았는데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질의응답 시간에 판사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잘 답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주변론, 재변론과 정리변론은 어느 정도 대본을 준비해가서 읽는 것이 가능하지만,

질의응답만큼은 준비해가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1학년으로서 형사 분야에 참가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우수상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폐회식에서 판사님들의 강평을 짧게 들을 수 있었는데

심사기준표를 기준으로 서면 및 변론이 쟁점에 대해 잘 주장하고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지, 관련 없는 법리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설득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팀원간 발언의 분량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는지, 팀원들의 수준이 비슷한지도 고려한다고 한다.

 

결어

부족한 실력이지만 총 150시간 이상 시간을 쏟으면서 대회 준비를 열심히 했다.

노력한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고, 나름대로의 좋은 결과도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다양한 법리를 찾아 적용하고 서면도 직접 써보면서,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과정이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