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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로스쿨 생활은 힘든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지난 25년 동안 '몸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커피를 마셔오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일까 아침에 몰려오는 졸음을 떨치기 위해 9시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고 있는 내 자신이 있다.

여태는 졸리면 일찍 자고, 그래도 졸리면 낮에 또 잤는데 시험기간이라 그럴 수만도 없는게 현실이다.


커피는 생각보다 참 맛이 없다.

원래 어린이 입맛이라 달달한 라떼를 시도했었는데, 생각보다 먹고난 뒤에 속이 매스껍고 토할 것 같아서 그만뒀다.

차라리 아아가 쓰고 맛은 없지만 속이 더 편한 것 같아서 아침에 한잔씩 마시고 있다.

누구는 커피향을 아주 좋아하고, 브랜드나 원두별로 그 향이나 맛의 차이를 구분하던데

솔직히 나는 한약 먹는거보다도 맛이 없다고 느껴지고 편의점 커피나 비싼 카페 체인점 커피나 거기서 다 거기 같다.

지금으로써는 맛있는 음료라기보다 체력을 회복해주는 마법의 검은 원액 정도로 느껴진다.

그래도 좋은점이라면, 플라시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침에 마시면 밤까지 버틸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카페 갔을 때 제일 싼 메뉴라 다른거 마시는 것보다 이득인 느낌이다.


각설하고,


안마시던 커피까지 사먹어야 할만큼 로스쿨 생활이 힘든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인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정확한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로스쿨 생활 나름의 고충은 있긴 하지만, 다른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편한 점도 많다.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만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비위를 맞추어야 할 필요도 없고 잘못을 지적하거나 혼내는 사람도 없다

 

자고 싶을 때 자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면서 쉬고 싶은 날은 자체적으로 쉬면 된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거나 주변 기숙사에 살게 되면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이런 면에서 직장 다니다가 오신 분들은 학생 신분이 너무 좋고 편하다고 하시는 것 같다.

 

(직장 다니시면서 병행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내의 개인적인 로스쿨 생활의 고충은 '버겁다'와 '지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공부해야 하는 양이 너무 많은데, 다 이해하고 암기하기가 어렵다.

 

비유하자면 라면을 1개밖에 못먹는 내 앞에 라면 30봉지를 끓여놓고 다 먹으라고 하는 느낌이다.

 

정말 열심히 해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을 때 보면 해야할 것이 한참 더 남아 있다.

 

하면 할수록 물려서 더 하기 싫고, 어떻게든 안하려고 편법을 찾고 가끔은 도피해버리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차라리 한번에 몰아서 바짝 해야 그나마 많이 될텐데 처음부터 깨작깨작하니까 더 잘 안된다.

 

 

해야하는게 많은데 하나도 안되어 있는 지금의 상태를 보면 막막하기도 하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인 불안감도 계속 있다.

 

변시 전범위를 잘게 쪼개서 한 학기 분량, 그 중에서도 중간고사 보는데도 암기량이 많아서 허덕이고 있는데

 

과연 전범위를 보는 변시는 어떻게 봐야하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부수적으로는, 계속 법학 공부만 하다보면 많이 지친다.

 

학부 때는 그래도 교양 수업도 들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서 기분전환이 되는 과목들이 있었는데

 

대학원 와서는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이 주구장창 법학만 해야 하니까 

 

법학 자체에 대한 흥미를 키우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것 같다.

 

민법을 하다가 질리면 형법을 하고, 하다가 질리면 헌법을 해야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뿐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우울하기만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나 함께 가는 동료들이 있다는게 큰 힘이 된다.


나는 정말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인데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

 

열심히 하는 친구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어려워하는 친구 보면서 나만 어려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한번도 말 섞어 본적 없는 동기이더라도, 열람실 한편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을 보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아마 이 공부를 혼자 했으면 정말 외롭고 더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혼자 공부만 하다가 머리가 이상해져버린 고시낭인들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정리하자면, 로스쿨 생활이 힘든가?

나에게는 버겁고 지치는 과정인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놓치 않는 것이 힘들다.

 

근데, 이렇게 징징대는거도 너무 많이 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아직 그만두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