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범
제14조 (과실)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1절 서설
과실의 의의
- 과실이란 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 과실범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 과실범 성립에는 ①주의의무위반 ②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의 불인식 ③처벌규정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
과실의 종류
1. 인식 있는 과실과 인식 없는 과실
인식 있는 과실: 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으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경우
인식 없는 과실: 행위자가 주의의무의 위반으로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경우
둘의 형법상 평가의 차이는 없다.
2. 업무상 과실
-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그 업무수행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 업무는 사람이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라 계속∙반복의 의사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한다. 반드시 직업적이거나 영업적일 필요가 없다. 보수의 유무와 상관이 없다. 반드시 주된 업무일 필요 없다.
3. 중과실
- 극히 근소한 주의만 하였더라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
- 경과실과 중과실의 구별은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통념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 중과실의 처벌은 업무상 과실의 경우와 동일하다.
[쟁점] 과실의 체계적 지위
①책임요소설: 과실은 고의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주관적 요소로서 책임형식
②구성요건요소설: 과실의 본질적 요소는 행위수행의 방식인 주의의무위반으로, 과실범의 구성요건요소
③구성요건 및 책임요소설(이중적 지위설):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은 구성요건요소로, 주관적 주의의무위반은 책임요소로 파악. 객관적 주의의무는 사회 일반인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평균적 수준의 주의의무, 주관적 주의의무는 구체적 행위자의 개인적 능력과 특성에 비추어 행위자에게 가능한 수준의 주의의무이다.
- 다수설은 ③구성요건 및 책임요소설(이중적 지위설)이다.
[쟁점] 주의의무의 판단기준
1. 견해의 대립
①객관설(다수설, 판례): 사회에서 주의 깊고 신중한 일반인∙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주의의무
②주관설: 행위자 본인의 주의능력을 표준으로 주의의무위반 결정
③절충설: 주의의무의 정도는 사회 일반인을 표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결정, 그러나 주의력(결과예견가능성)의 정도는 행위자 본인의 주의능력을 표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
2. 판례 및 검토
판례는 객관설의 입장이다. 생각건대 법질서가 요구하는 수준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 또는 정상의 주의의무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고, 평등의 원칙과 형법의 보장적 기능에도 부합하는 객관설이 타당하다.
2절 과실범의 성립요건
I. 과실범의 구성요건
1.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
(1) 결과예견의무
- 구체적인 행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을 인식할 의무
(2) 결과회피의무
①부작위의무: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위 자체를 소극적으로 그만두어야 할 의무
②작위의무: 행위에 결부된 결과발생가능성을 방지∙차단하거나 허용치 이하로 낮추어야 할 안전조치의무
③문의∙조회의무: 결과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정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의무
- 객관적 주의의무는 행위자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한다.
- 주의의무의 근거는 법률, 명령, 규칙이 있고, 조리, 생활경험상 주의의무, 판례상 축적된 주의의무도 고려된다.
2. 결과발생과 인과관계
- (객관적 귀속이론에 따를 경우) 객관적 귀속의 척도: 객관적 예견가능성, 주의의무위반관련성, 규범의 보호목적
3.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원리
- 결과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주의의무를 제한하는 예외적인 경우: 허용된 위험의 이론, 신뢰의 원칙
(1) 허용된 위험의 이론
- 결과가 발생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경우 ex) 자동차, 항공기운행, 공장 운영 등
- 객관적 주의의무를 준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객관적 귀속 부인되어 구성요건해당성이 배제된다는 견해가 다수설
(2) 신뢰의 원칙
- 다른 관여자가 신뢰에 반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다는 것을 뜻함.
- 상대방의 규칙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 상대방의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행위자가 스스로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II. 과실범의 위법성
- 과실에 의한 정당방위, 긴급피난이 가능하다.
-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과실에 의한 행위 시에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쟁점] 과실범의 위법성조각에도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필요한지 여부
1. 문제점
과실범의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하여 정당방위 의사 또는 긴급피난의사와 같은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필요한지 문제된다.
2. 견해의 대립
①필요하다는 견해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결여된 경우에는 과실범의 미수가 된다고 한다.
②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결여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3. 검토
생각건대 과실범도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행위반가치를 상쇄시키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있어야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과실범의 미수가 성립하나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III. 과실범의 책임
- 고의범과 동일하게 책임능력, 위법성의 인식가능성,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 과실범 특유의 책임요소에는 주관적 주의의무위반도 있다.
1) 행위자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 주관적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책임을 돌릴 수 없다.
2) 인수책임의 경우: 행위자가 능력을 벗어나는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경우에는 과실책임을 인정한다.
3) 행위자가 특수지식을 보유한 경우: 이로 인해 예견가능성이 있는 경우 주의의무가 인정된다.
3절 관련문제
1. 과실범의 미수
과실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과실과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과실범의 미수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과실범의 미수는 인정되지 않는다.
2. 과실범의 공범
- 과실에 의한 교사, 방조는 인정되지 않는다. 교사범과 방조범은 모두 고의범이기 때문이다.
- 과실범에 대한 교사, 방조는 형법상 간접정범(제34조 1항)이 성립한다. 간접정범은 처벌되지 않거나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이용한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3. 과실범의 공동정범
인정 여부에 대해 견해의 대립이 있다. ①다수설은 과실범의 경우에는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으며 동시범이 될 뿐이라고 한다. ②판례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한다. (공동정범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