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음모죄
제28조(음모, 예비)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1절 서설
- 예비란 특정범죄를 실현할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준비행위로써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 음모란 일정한 범죄를 실행할 목적으로 2인 이상이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 살인을 위하여 흉기를 준비하는 행위, 강도를 위하여 범행현장을 사전에 답사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 단순한 행위계획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계획을 초과하여 의도한 행위가 객관화되어야 하며, 범죄실현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 예비∙음모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한다. 내란죄, 외환유치죄, 여적죄, 외국에 대한 사전죄, 폭발물사용죄, 도주죄, 방화∙일수와 관련된 범죄, 교통방해와 관련된 범죄, 음용수와 관련된 범죄, 통화∙유가증권과 관련된 범죄, 살인과 관련된 범죄, 인신매매와 관련된 범죄, 강간과 관련된 범죄, 강도와 관련된 범죄가 예비∙음모 처벌규정이 있다.
- 판례는 음모를 예비에 선행하는 범죄로 본다. 형법상 둘을 구별할 실익은 없다(특별법에는 음모만 처벌하는 경우 존재)
2절 법적 성격
[쟁점] 기본범죄에 대한 관계
1. 견해의 대립
①독립범죄설은 예비죄를 기본범죄와 구분되어 그 자체로 불법의 실질이 있는 독립된 범죄로 본다.
②발현형태설(다수설)은 예비는 기본범죄의 발현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③이분설은 예비죄의 규정형식에 따라 발현형태인 경우와 독립범죄인 경우로 나눈다.
2. 판례 및 검토
판례는 발현형태설의 입장에서 형법각칙의 예비죄를 처단하는 규정을 바로 독립된 구성요건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합당하는 해석이라고 한다. 생각건대 예비행위는 수단과 방법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보장적 기능을 고려했을 때 독립범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발현형태설이 타당하다.
[쟁점] 예비죄의 실행행위성
1. 견해의 대립
①독립범죄설의 입장에서 예비죄의 실행행위성은 당연히 인정된다.
②발현형태설의 입장에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한다. 긍정설은 예비행위도 수정적 구성요건인 이상 이에 대한 실행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부정설은 예비행위는 무정형∙무한정하므로 실행행위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실행행위는 기본범죄에 대한 정범의 실행에 한정된다고 한다(다수설).
2. 판례
판례의 입장은 불분명하나, "정범이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예비의 단계에 그친 경우에는 이에 가공하는 행위가 예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범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결국 예비죄의 공동정범은 인정하고 있어 논리적으로 예비의 실행행위성을 인정하는 견해로 보인다(그러나 독립범죄설인지 발현형태설 중 긍정설인지 불분명).
3절 성립요건
I. 주관적 요건
1. 예비 자체에 대한 고의
- 예비죄는 모두 고의범이다. 과실에 의한 예비죄 또는 과실범의 예비죄는 부정된다.
- 예비의 고의에 대하여 ①실행의 고의설과 ②예비의 고의설이 대립하나, 예비죄를 기본범죄의 수정된 구성요건으로 이해하여 기본범죄의 행위와 다르게 파악하는 예비의 고의설이 타당하다.
2. 기본범죄를 범할 목적
- 예비는 목적범이므로 예비 자체에 대한 고의 외에 기본범죄를 범할 목적이 요구된다.
- 인식의 정도에 대하여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예비죄의 입법취지상 목적을 확정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II. 객관적 요건
1. 예비행위
- 예비행위는 외부적 준비행위여야 한다. 단순한 범행계획, 의사표시, 내심의 준비행위는 해당되지 않는다.
- 외부적 준비행위는 범죄실행의 착수에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하고, 기본범죄 실현에 객관적으로 적합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
-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가능해야 하므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불능예비는 예비가 아니다.
- 예비행위는 무한정∙무정형하므로 인적 예비도 예비행위에 포함된다.
[쟁점] 타인예비의 인정 여부
1. 문제점
타인의 실행행위를 위한 준비행위인 타인예비를 예비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 견해의 대립
①긍정설: 타인예비도 법익침해의 실질적 위험성에서 자기예비와 다를 바 없다
②부정설(다수설): 타인예비는 법익침해성이 보다 간접적이므로 자기예비와 동일시할 수 없다. 타인예비가 아닌 스스로 실행할 의사가 있는 자기예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3. 판례
판례는 예비죄의 방조범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타인예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2. 실행의 착수 이전
- 실행에 착수하면 기수 또는 미수범의 성립만이 문제된다(예비행위는 미수∙기수에 흡수된다).
III. 처벌규정의 존재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비죄로 처벌된다(제28조).
4절 관련문제
I. 예비죄의 공동정범
2인 이상의 자가 공동하여 범죄를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예비단계에 그친 경우
예비죄의 실행행위성을 인정하는 경우 예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예비죄의 실행행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예비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다수설은 예비의 실행행위성, 예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고, 판례는 예비죄의 공동정범 인정한다.
II. [쟁점] 예비죄의 교사범∙방조범
1. 문제점
정범을 교사∙방조하였으나 정범이 가벌적인 예비에 그친 경우 예비죄의 교사∙방조가 성립하는지 문제된다. 형법상 예비죄의 교사범을 예비에 준하여 처벌하는 특별규정이 존재하나(제31조 2항), 예비죄의 방조의 경우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견해의 대립이 있다.
2. 견해의 대립
공범독립성설은 교사∙방조행위 그 자체가 공범의 실행행위이므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하나, 현행 형법은 공범종속성설을 취하고 있다.
공범종속성설을 전제로 ①긍정설은 예비죄의 실행행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교사범∙방조범의 성립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하고 ②부정설(다수설, 판례)은 교사범∙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예비죄에는 실행행위가 없고, 예비죄에 대한 방조범을 처벌하면 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된다고 한다. ③이원설은 독립예비죄에 대해서는 교사범∙방조범이 성립하지만 구성요건의 수정형식으로서의 예비죄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3. 판례 및 결론
판례는 예비죄의 방조범 성립을 부정한다. 생각건대 예비죄의 방조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예비죄의 방조범을 인정하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정설이 타당하다.
III. [쟁점] 예비죄의 중지
1. 문제점
행위자가 예비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실행의 착수를 포기한 경우 예비의 중지에 중지미수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견해의 대립
①부정설(판례): 중지미수는 실행의 착수 이후의 개념이기 때문에 예비의 중지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
②전면적 긍정설: 모든 예비의 중지에 대해 언제나 중지미수 규정을 유추적용
③제한적 긍정설(다수설): 예비의 형이 중지미수의 형보다 무거운 경우에만 형의 균형상 중지미수의 규정을 적용
④자수규정 적용설: 행위자가 자수에 이르렀거나 능동적 후회의 표현에 이르렀을 때에만 예비∙음모죄의 자수에 관한 필요적 감면규정을 유추적용
3. 판례
판례는 부정설의 입장이다. 중지범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후 자의로 그 행위를 중지한 때를 말하므로 실행의 착수가 있기 전의 예비∙음모의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4. 검토
부정설에 따를 경우 실행의 착수 이후에 중지한 경우 형의 감면을 받으나, 실행의 착수 이전에 중지한 경우에는 중지미수의 혜택을 받지 못해, 중지미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행의 착수에 나아가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형의 균형을 고려하는 제한적 긍정설이 타당하다.
ex) 일반이적죄의 중지미수는 1년 6개월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일반이적예비죄는 2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제26조(중지범)를 적용해 1년 6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봄이 타당하다.
IV. 예비죄의 미수
- 예비는 거동범이므로 미수가 문제되지 않는다. 처벌규정도 없다.
V. 예비죄의 죄수
- 하나의 실행행위를 위하여 수 개의 준비행위를 행한 경우는 한 개의 예비죄가 성립한다.
- 행위가 미수∙기수에 이르렀을 때 예비∙음모는 이에 흡수되며 처벌하지 않는다(법조경합 중 흡수관계)
5절 처벌
- 예비∙음모는 기본범죄보다 감경된 형으로 각칙상 개별범죄별로 규정되어 있다.